2006년 LPGA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신데렐라’가 됐던 홍진주는 미국생활 3년 만에 국내 무대로의 유턴을 택했다. 홍진주는“인생을 길게 본다면 좋은 경험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한때 'LPGA 신데렐라'… 3년간의 아픔 털어놔

3년 전 그는 '신데렐라'였다. 2006년 9월 프로 데뷔 3년 만에 국내대회서 첫 승을 올린 홍진주(26)는 한 달 뒤 미 LPGA투어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까지 우승했다. LPGA투어 우승의 열매는 달콤했다. 미국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투어 카드'를 받았고, 연간 수억원에 이르는 든든한 스폰서 계약도 맺었다. 1m74의 키에 화사한 미모, 실력까지 갖춘 그를 응원하는 팬들도 많았다.

"저요~ 하나 부탁드릴 게 있는데, 너무 미국 무대에서 실패했다는 식으로 알려지고 싶진 않아요." 6일 대신증권·토마토투어 한국여자 마스터즈 1라운드가 열린 제주 사이프러스골프장. 홍진주는 초반 버디 2개를 잡으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보기 3개를 기록하며 1오버파로 공동 23위에 머물렀다.

박세리와 신지애, 최나연 등 스타 선수들의 LPGA투어 성공 스토리에 가려 있지만, 낯선 미국 무대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결국 빛을 보지 못하는 한국선수들이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홍진주는 '실패'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까 걱정하면서도, 3년간의 아픔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미국으로 간 게 지금도 아쉬워요." 외동딸인 그는 2006년 어머니가 살고 있는 일본투어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덜컥 LPGA투어 카드를 손에 넣은 것이다. 하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인 미국 무대는 그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홍진주는 "처음부터 주눅이 들었고, 한 번 실수하면 만회가 안 될 정도로 다른 선수들의 실력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미국 진출 5개월 만에 7㎏이 불었다. 국내에 있을 땐 친구들과 어울리고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미국에선 너무 외롭고 심심했다. "저녁이 되면 울적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죠. 그런데 시차 때문에 한국은 오전이잖아요. 누가 아침부터 우는소리를 듣고 싶겠어요."

스트레스 때문인지 군것질하는 습관이 생겼고, 몸에 맞는 옷이 없을 정도가 됐다. 그래도 1년간 적응기를 거친 2008년에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4위에 오르는 등 자리를 잡는 듯했다. "3년째가 되니 완전히 지치더라고요. 샷도 오버 스윙으로 바뀌고, 공을 맞히는 데 급급해지는 거예요."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던 홍진주는 브리티시 오픈을 끝으로 미국생활을 접고 지난 8월 귀국했다. 그리고 아예 국내에서 새 출발을 하기로 했다. 그는 이달 말 2010 KLPGA 정규투어 시드전에 도전할 예정이다. "고생했지만 인생을 길게 보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처음엔 굳은 표정이던 홍진주는 나중엔 코를 만지작거리며 "저 성형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하나도 손댄 곳 없어요"라는 말까지 했다. 7㎏이 늘었던 체중도 한국에 돌아온 뒤 정상이 됐다고 한다.

이날 1라운드에선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서희경이 4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이정연, 이보미, 김현지, 안나 로손(호주)이 3언더파로 공동 2위. 상금 랭킹 2위인 유소연은 퍼팅 난조로 4오버파에 그쳤다.

[제주=민학수 기자 haks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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