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자들이 나를 마치 '외계인' 보듯 한 적이 있다.

지난 7월 26일 내가 자이언트이글클래식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였다.

당시 나는 1타차 선두로 경기를 마감하고 18번홀에서 마지막 조의 플레이를 지켜보다 하품을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조의 도티 페퍼가 버디를 하면 나와 연장전을 해야 하는 긴장된 상황이었다.

마지막 홀은 파5였는데 페퍼는 2온을 시켜 이글까지도 가능했다.

물론 이글 퍼팅이 성공하면 내가 1타차로 패하게 된다.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를 지었는지 페퍼는 3퍼팅으로 파에 그쳐 내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가슴졸이는 순간에 내가 하품하는 것을 보고 경기 후 미국 기자들로부터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하품이 나오느냐?" 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냥 졸렸을 뿐" 이라고 대답하자 어리둥절해했다.

모든 선수들은 불안하면 불안한대로, 또 기분이 좋으면 좋은대로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행동이나 표정이 있다.

골프채를 내팽개치는 선수도 있고, 욕설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내가 표정변화 하나 없는 포커페이스라고 말하지만 나에게도 아버지만 알아차릴 수 있는 몸짓 같은 것이 있다.

컨디션이 좋거나 자신감이 넘칠 때는 이상하게도 졸린 표정이 된다.

여유가 있어서인지 눈꺼풀이 처져 가뜩이나 작은 눈이 더 작아 보인다.

그럴 때는 하품도 나온다.

자이언트이글클래식 때도 그런 경우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었기에 하품이 나온 거다.

경기가 마음먹은대로 잘 풀릴 때는 걸음걸이도 달라진다.

흔들림없는 자세로 뚜벅뚜벅 걷는다.

아버지는 이럴 때의 내 모습이 "마치 싸우러 나가는 전사같다" 고 말씀하신다.

골프채에 의지해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는 것도 내가 여유를 부릴 때의 모습이다.

공에 백스핀이 많이 걸릴 때 역시 최상의 컨디션이다.

특히 갤러리들이 많이 모이면 스윙이 힘있게 뻗고 백스핀이 확실하게 먹는다.

나에게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

한번 대결해 이긴 선수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항상 나보다 더 뛰어난 선수와 대결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반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걸음걸이부터 달라진다.

나도 모르게 빨라진다.

눈도 또렷해지고 얼굴에 긴장감이 돈다.

퍼팅할 때도 보통은 두번 정도 연습 스윙을 하는데 퍼팅 라이를 살피면서 이쪽저쪽에서 연습스윙을 할 때는 뭔가 잘 안풀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가지 더 있다.

샷을 날리기 전에 이따금씩 뒤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초조함의 표시다.

한가지 해명할 게 있다.

내가 LPGA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나에 대한 대우문제로 삼성측과 협상을 하고 있을 때 모자에 새겨진 삼성 로고 위에 내가 선글라스를 걸쳐 로고가 잘 보이지 않은 적이 있다.

당시 국내에서는 삼성에 대한 불만의 표시가 아니냐며 삼성과의 불화설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혀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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