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최창호] 클럽을 운반하고 경기 방법을 충고하는 등 플레이어를 돕는 사람. 사전상의 '캐디(Caddie)'에 대한 정의다. 골프에서 캐디는 크게 '투어(Tour) 캐디'와 '하우스(House) 캐디'로 나뉜다. 토너먼트대회에서 선수와 함께 호흡하면서 승리를 위해 조력하는 사람이 투어 캐디다. 골프장에 소속돼 있으면서 일반 골퍼들의 플레이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을 하우스 캐디라고 칭한다. 특히 미국프로골프(PGA) 및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등에서 선수들과 공생관계에 놓여 있는 캐디는 '특수 직업인'으로 평가받는다. 그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일회성의 주급 캐디가 있는가 하면, 특정 선수에 전속돼 성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등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황제 캐디'도 있다. 투어 캐디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최창호 기자

한국에서는 '경기보조원' '경기도우미' 등으로 바꿔 부르고 있지만 국제적인 호칭은 '캐디'다. 캐디의 어원엔 두 가지 설이 있다. 프랑스 말인 카데(Cadet)에서 비롯됐다는 설과, 18세기 초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의 코디(Cawdie)라는 심부름꾼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어쨌든 '캐디'라는 용어가 골프 규칙서에 처음으로 등재돼 호칭이 통일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234년 전인 1775년이다.

당시 캐디는 하인들이 주로 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골프는 귀족들의 놀이문화였던 만큼 하인들이 클럽을 나르거나 볼을 찾는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플레이어와 캐디의 관계가 챔피언십이나 토너먼트대회 때 볼 수 있는 '공생관계'로 그 역할이 격상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다. 가장 계기가 된 것은 현재 PGA투어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US오픈의 1913년 대회에서다. 당시 우승자였던 프랜시스 위메트가 “10세의 캐디 에디 로워리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하고 나서다. 이를 기점으로 캐디는 단순 '포터'에서 '조력자'로 신분이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투어 캐디로서 지금처럼 선수들의 '분신' 같은 존재로 대접받는 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 PGA가 출범한 것은 16년이고 현재와 같이 기업의 후원을 받아 대회를 치르는 별도의 PGA투어 조직위원회가 생겨난 것은 그로부터도 52년이 지난 68년의 일이다.

그렇게 90년대로 접어들면서 PGA투어의 대회당 평균 총상금이 400만~500만 달러에 육박하고 투어가 활성화되자 선수들뿐 아니라 캐디도 수입이 많이 증가했고, 역할 비중도 커졌다. 특히 97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등장하면서 대회당 평균 총상금이 600만 달러 수준까지 올라갔다.

덩달아 경기 중 캐디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프로선수가 캐디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비중 있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소득이 보장되는 전담 투어 캐디들에게는 그만큼의 책무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① 역할│코스 미리 답사, 선수에 모든 정보 알려줘

이들은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프로 선수의 전속 캐디는 시합이 있기 전에 미리 코스를 답사해 모든 정보를 선수에게 제공해야 한다. 각 홀의 시간대별 바람의 방향과 벙커·워터해저드 등의 위치, 그리고 핀이 그린 앞과 뒤, 좌우의 몇 야드 지점에 꽂혀 있는지까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린의 빠르기와 언듈레이션(굴곡)은 말할 것도 없다.

예를 들어 선수가 샷을 하기에 앞서 거리나 클럽 선택에 대해 조언을 요청할 경우 명확한 정보와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코스 공략의 가이드 북이라고 할 수 있는 '야디지 북(Yardage Book)'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가 캐디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81년 US오픈 때 데이비드 그레이엄은 최종일 자신의 캐디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우승을 했다.

② 보수│평균 주급 1000달러+성적 따른 인센티브

연간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예선 통과와 관계없이 주급을 받는다. 평균 주급은 1000달러이고 경험과 능력에 따라 A, B, C급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순위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받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선수에 따라 주급이나 상금에 대한 분배율이 다르다. 한때 박세리의 캐디를 맡았던 콜린 칸은 연봉 7만 달러에 상금 보너스(우승 10%, 2~10위 7%, 10위 이하 5%)를 별도로 받았다. 현재 우즈의 캐디로 일하고 있는 스티브 윌리엄스는 모든 캐디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만큼 큰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③ 경비│본인 부담 … 성적 나쁘면 '마이너스' 될 수도


선수가 초청된 경우 대회 주최 측이 캐디 경비까지 부담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대개 각종 경비는 캐디 본인 부담이다. 그 때문에 자신을 고용한 선수가 자주 컷 탈락을 할 경우 캐디는 수입은 별로 없이 경비만 고스란히 지출할 수가 있다. 이 때문에 동료끼리 카풀을 하여 이동하고 싼값의 모텔을 이용하면서 경비를 절약하기도 한다. 수입원을 늘리는 방법은 실력을 쌓아 유명 프로 선수의 캐디가 되는 길뿐이다.

④ 어려움│개인 생활 없고 20㎏ 백 들어 만성 요통

'노(No)'라고 말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 클럽을 잘못 선택했거나 스윙이 잘못돼서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선수가 내는 온갖 짜증을 감내해야 한다. 선수와 함께 전 세계를 돌며 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자기 생활이 없다. 체력 비축도 큰 숙제다. 4라운드 경기라면 통상 연습라운드 1회에 프로암대회까지 출전하게 돼 주당 최소 6라운드를 뛰어야 한다. 총 60~65㎞를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20㎏ 안팎의 무거운 골프백을 메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투어 무대에서는 '어떤 캐디가 내일 해고될 것이라는 것을 그 자신만 빼고 모든 캐디가 다 알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⑤원칙│시간 엄수, 샷 준비, 선수에 클럽 선택 우선권

캐디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3Up's'다. 첫째는 제 시간에 나타날 것(Show Up), 둘째는 경기 중에 재빨리 선수를 쫓아와 다음 샷 준비를 하고 있을 것(Keep Up), 셋째는 선수에게, 특히 클럽 선택과 관련해 먼저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 것(Shut Up)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인내심이 없으면 캐디 본연의 역할을 해내기가 쉽지 않다.

황제 우즈 곁엔 '황제 캐디' 윌리엄스

PGA 상금 74위와 맞먹는 수입


'황제 캐디는?'

단연 타이거 우즈의 캐디인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다. 몇 년 전 미국 골프매거진이 투어 캐디 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대다수가 “윌리엄스처럼 우즈의 캐디를 맡고 싶다”고 답했을 만큼 'No.1 캐디'가 그다.

그는 우즈의 캐디를 맡기 전에 피터 톰슨, 그레그 노먼, 그리고 레이먼드 플레이드 등의 골프백을 멨다. 2003년 10월 월드골프시리즈(WGC)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챔피언십에서 우즈가 시즌 5승을 이루면서 캐디로서 '100승'을 기록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는 그 뒤 우즈와 26승을 더 합작했다.

수입 규모에서도 최고다. 미국캐디협회가 발표한 2006년 6월부터 2007년 6월까지의 1년간 캐디 수입에서 윌리엄스는 127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이는 51만236달러로 2위였던 비제이 싱의 캐디 채드 레이놀즈보다는 2.5배, 3위를 차지했던 필 미켈슨의 캐디 짐 매케이(44만2548달러)와 비교해서도 2.9배나 되는 금액이다. 2007년 당시 PGA투어 상금순위 74위를 기록한 프로골프 선수의 총 상금액이 126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투어 선수가 부럽지 않는 수입이다.

그는 비록 우즈의 캐디를 맡고 있지만 13세 때 핸디캡2 수준의 골프실력을 갖췄고, 고향 뉴질랜드에서는 카레이싱 선수로도 이름을 얻고 있다.

투어 캐디가 본 황당 실수

앗! 백 속에 15번째 클럽이 …


캐디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수를 하게 된다는 그들. 하지만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결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음은 투어 캐디들이 본 역대 '최악의 실수' 사례다.

마일스 바이런=2001년 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 때 이언 우즈넘이 15번째 클럽을 그대로 갖고 나가는 바람에 2벌타를 받고 우승기회를 날려버렸다. 골프규칙은 14개의 클럽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바이런은 미처 골프백의 클럽 숫자를 확인하지 않았다.

크리스토프 앤지오리니=99년 영국 카누스티에서 벌어졌던 브리티시오픈 마지막 홀에서 장 방 드 벨데에게 어프로치 샷을 2번 아이언으로 치도록 한 것. 그 홀에서 6타만 기록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이 프랑스 선수는 7타를 날려버리며 결국 연장전에서 패했다.

스티브 듀플란티스=짐 퓨릭의 캐디였던 듀플란티스는 99년 베이힐인비테이셔널대회 때 티오프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나타나지 않았으며,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로 인해 당시 세계랭킹 11위 선수의 캐디 자리를 잃었다.

데이브 렌윅=92년 발데라마의 볼보마스터스에서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의 캐디 렌윅은 하루 종일 선수와 마찰을 빚다가 10번 홀에서 관계를 끝내고 말았다. 거리 파악이 필요한 올라사발이 “거리가 얼마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렌윅은 “거리 좋아하시네. 그냥 엿이나 먹으라”고 말한 뒤 코스를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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