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중 주변풍경 보며 싱긋 웃죠"

요즘 골프채만 봐도 흐뭇…

미야자토 아이·청야니와는 어려서부터 알고지내 편해

18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컵 챔피언십. 이 대회에는 미국과 일본, 국내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가을 골프장을 찾은 팬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지난달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LPGA투어 데뷔 1년 7개월 만인 55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차지하고 돌아온 최나연(22)과 LPGA 사상 최초의 5개 부문 전관왕에 도전하는 신지애(21)에게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이들의 LPGA 이야기와 애환을 현장에서 들어 보았다.

최나연은 '금의환향'한 지난 열흘간 달콤한 날들을 보냈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SK와 두산의 경기에서는 만원 관중 앞에서 강한 어깨를 자랑해 "역시 스포츠 스타는 시구도 다르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는 "만나는 분들마다 '미국에서 정말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드려 줘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고 말했다. 두달 전만 해도 '이제 우승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소리에 애가 타던 최나연이었다. 크고 작은 즐거운 일들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그는 스윙 코치와 함께 훈련할 때가 가장 좋다고 했다. 최나연은 "그토록 기다렸던 우승을 해서인지 지금은 골프채만 봐도 흐뭇하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만 든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최나연은 하이트컵 챔피언십에서 합계 4언더파 284타로 서희경(9언더파)에 이어 단독 2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 최나연은 플레이 도중 여유가 생기면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혼자 싱긋 웃곤 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갑자기 주변 풍경에 관심을 갖고 말이 많아진 이유를 묻자, 최나연은 비밀 하나를 털어놓았다. "저는 어릴 때부터 성격이 여자 같지 않고 털털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손에 잡힐 것 같던 우승컵이 늘 달아나면서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최나연은 심리 상담가로부터 너무나 평범하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던 비방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공을 잘 친 날 어떻게 잘 쳤나 일기를 써보라더군요. 처음엔 코스에 갔던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골프장에서 본 갤러리, 나비, 꽃들의 모습이 하나씩 떠오르는 거예요. 순식간에 노트 한 권을 다 채우고는 깨달았어요.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게 최고의 비결이구나!"

골프밖에 모를 것 같은 최나연이지만 지금도 예쁜 모자와 신발을 사 모으는 소녀 같은 취미를 갖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보통 아이들과 달리 훈련과 경기만 하고 지내서 그런지 예쁜 물건을 보면 더 관심이 가요." 그래도 명품은 거의 안 산다고 했다. 최나연은 "얼마나 힘들게 버는 상금인데요"라며 웃었다.

그는 대만의 청야니,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 등 아시아 선수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했다. "일본, 대만 선수들과는 어려서부터 국가대항전을 하며 친해졌어요. (미야자토) 아이는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로 처음 만났죠. 그때도 예의가 발랐어요. 한국 갈비를 좋아하는 (청)야니는 외국 아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요."

최나연은 "첫 우승의 최고 선물은 결국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라며 "기본기부터 다시 다져 더 좋은 골퍼가 되겠다"고 했다.

[여주=민학수 기자 haks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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